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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6. 17:15

The Hanged Man Reversed

이자성

Written by 연우



매달린 남자

무의미한 희생; 맹목


또 하나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방송이고 신문이고 세상 온천지가 입을 모아 그 죽은 남자에 대해 떠들어 댔다. 아니, 죽은 남자들에 대해.

경찰 간부와 폭력조직 간부의 죽음, 발견된 시체가 넷을 넘어갈 즈음 본청엔 이미 특별대책본부가 세워진 뒤였다. 사방에 불똥이 떨어졌다. 연이은 골드문의 석동출 회장의 사고사와 압수수색과 이중구 상무이사에 대한 구속,  골드문 그룹내 분쟁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들에 당연한 듯 골드문 그룹 수사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거론되었다. 그럼에도 수사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신 책임자들의 목을 거두었다.

외부가 진상과 책임소재를 두고 시끄러운 공방을 주고받을 때, 골드문 내부는 또 다른 술렁임으로 가득했다. 영업이사 이자성, 새로운 회장에 대한 말들이 은밀하게 오고갔다. 석동출과 장수기, 이중구, 정청의 죽음을 두고 새로운 회장에 대한 위험한 소문들이 피냄새처럼 퍼져나갔다. 때로 어떤 대담한 이들은 경찰간부들의 죽음과의 연관성마저 제기했지만 금새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 그들의 목숨은 소중했고 그들의 새 회장은 자비롭지 아니했으므로.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살인사건의 혼란은 서서히 새벽안개처럼 가라앉아 갔다.

이 자성 그는, 더 이상 그를 아는 이가 아무도 남지 않은 그 남자는 과거 자기 자신을 폭력과 범죄의 한 가운데에 내던져 임무를 위해 희생하며 기약없는 세월을 인내해왔다. 그는 매달린 남자와도 같았다. 진창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갖을 수 있으리란 희망도 없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전까지 그의 인생은 그랬다. 이제 그는 자신을 정의할 무언가를 모두 잃었다. 경찰로서의 자신, 건달로서의 자신, 이 자성 그 자신으로서의 자신을 정의할 무언가. 그저 남은 건 분노와 상실감으로 가득한 칙칙한 신세계뿐이었다. 누구를 위한 복수인지 무엇을 위한 살인인지도 모른 채 모든 일이 끝나버렸다. 

누군가 한 명쯤 그에게 왜 살인을 지시했느냐고 묻는다면, 물을 수 있다면 그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죽어버린 누군에 대한 진혼인지, 아니면 모든 걸 잃은 누군가를 위한 애도인지, 이 신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함인지... 그조차 아닌 갈 곳 없는 분노의 배출일 뿐인지.


물안개 가득한 회색도시를 내려다보는 이자성의 눈은 더 이상 어떤 의문도 담고 있지 않았다. 

정청을 통해 바라본 사물들이 망막 속 뒤집힌 상처럼 거꾸로였다하더라도 괜찮았다. 무엇이 뒤집힌 모습이고 무엇이 정상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8년이 흘러 더 이상 뒤집힌 상은 뒤집혀 보이지 않고 정성과 비정상을 가늠할 수 없어졌지만 괜찮았다. 본래의 자신에 대한, 온전한 상에 대한 지표가 있었다. 정청이란 렌즈가 박살이 나고 세상천지가 뒤집어졌을 때, 지표는 지표가 아니었고 본래의 자신은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창밖에 어둠이 깔리고 이자성 그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뒤집힌 매달린 남자의 모습뿐이었다. 무엇이 올바른지 따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그를 아는 이가 아무도 남지 않았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끝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시작이었고, 연속이었다.

모든 걸 잃은 곳에서 그 자신을 돌아보니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 모든 걸 잃은 이 곳에서 그가 얻은 새로운 것들이었다. 지금의 그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전부.

그는 사무실 전등스위치를 끄며 퇴근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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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와 같이 신세계 타로합작으로 참여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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